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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Bobo Stenson Trio의 스튜디오 앨범 Serenity(2000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8. 2. 21.






Bobo Stenson — piano
Anders Jormin — bass
Jon Christensen — drums



굶주린 승냥이 마냥 허겁지겁 재즈라는 먹이를 집어 삼키던 시절, 고작 1년 전 쯤의 일이다. 재즈라는 바다는 참으로 광대하고 깊었으며, 그 바다에서 무엇도 모르고 유영하는 즐거움은 내 인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듯, 황홀하기만 했다.

그 중에서도 낯선 유럽 재즈는 오랫동안 들어왔던 클래식의 색깔을 닮았으면서도 북구의 회색빛, 때론 신비감 넘치는 푸른빛의 명상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은 클래식 음악보다 한층 더 자유로웠고 다채로운 색을 함유했으며 그 깊이와 향기는 단순히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 예술과 철학이 합치되는, 해서 사유를 이끌어냈으며, 그 사유의 어느 지점에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그리며 시적 몽상에 잠기게 했다.

재즈라는 음악이 이끄는 시적 몽상은 영혼의 안정성과 고요함, 때론 모험을 동반하는 광대한 우주적 몽상을 향해 열린 문으로 善(선)인 자아, 몽상가의 자아를 매혹시키며 이 세계에 내가 존재한다는 믿음에 대한 확신을 주었음은 물론이고 내 당면한 현실 세계의 부조리에서 잠시 호흡할 수 있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고도 남았다.

어쩌면 재즈라는 음악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 같은 것이었으리라, 나도 모르게 은총에 대한 기쁨에 한없이 겸손해진다. 또한 알게 모르게 나를 응원해 준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어찌 고마움을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대들의 응원이 어쩌면 나를 살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이 또한 나의 행운인가, 그대들의 기쁨인가? ㅎㅎ

여기까지는 그동안 나에게 온 “재즈”에 대한 간략한 느낌이었다.

이제 오늘의 숙제를 해야 할까?

유럽 재즈 1세대라 할 수 있는 얀 갸바렉, 존 서먼, 엔리꼬 라바, 엔리꼬 삐에라눈치, 토마즈 스탠코, 아릴드 안데르센, 루이 스클라비, 보보 스텐손과 같은 연주자들은 재즈의 전통적인 이디엄을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의 민속 음악과 클래식적 전통을 재즈와 결합해 재즈 본토의 연주자들과는 다른 사운드를 만들며 ECM, ENJA, ACT와 같은 유럽의 대형 레이블을 통해 꾸준히 그들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피아니스트 보보 스텐션(1944년생) 의 숲 속에서의 연주는 내 인생 어느 지점에서의 추억과 오버랩되며 가장 인상적인 만남이었다고나 할까?

스웨덴 출신의 보보 스텐션은 1971년 베이시스트 아릴드 안데르센, 드러머 욘 크리스텐션과 함께 처음으로 트리오라는 편성으로 녹음을 시작했고, 이후 색소포니스트 얀 갸바렉과 함께 쿼텟 편성으로 활동하다가 80년대 이후에 다시 트리오 편성으로 돌아왔다. 1984년 베이시스트 안데스 요르민의 앨범 작업을 하다가 의견이 일치되어 이들은 30년이 넘게 피아노 트리오로써 꾸준한 녹음을 해왔다. 2007년부터는 드러머 욘 팔트와 함께 10년 가까이 같은 라인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2017년 3월 25일 제 포스팅 참조하시면 더 자세히)

오늘은 보보 스텐션 트리오의 앨범 중에 최고의 걸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 2000년도 발매작 Serenity를 감상해보겠다.

피아노에 보보 스텐션, 베이스에 안데스 요르민, 드럼에 욘 크리스텐션의 라인업으로 2장짜리 디스크에 총 19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졌으며 어느 트랙 하나 그냥 넘어갈 수 없을 만큼의 농도 깊은 연주이다. 앞에서 열거한 내 취향적 재즈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레이블:ECM - ECM 1740/1741
녹음일: 1999년 4월
발매일: 2000년
길이:90:33
스타일:Modern Creative/Free Improvisation/Post-Bop
프류듀서: Manfred Eicher
Track listing(언급한 곡 이외에는 모두 Bobo Stenson 작곡)


Disc one:
"T." (Anders Jormin) - 6:46
"West Print" - 2:24
"North Print" (Jormin) - 2:04
"East Print" (Jon Christensen) - 2:42
"South Print" - 2:32
"Polska of Despair (II)" (Lorens Brolin) - 4:41
"Golden Rain" - 5:16
"Sweet Pea" (Wayne Shorter) - 6:55
"Simple & Sweet" (Jormin) - 8:17
"Der Pflaumenbaum" (Hanns Eisler) - 4:31

Disc Two:
"El Mayor" (Silvio Rodríguez) - 5:29
"Fader V (Father World)" - 7:23
"More Cymbals" (Christensen, Jormin, Stenson) - 4:18
"Extra Low" (Christensen, Jormin, Stenson) - 0:41
"Die Nachtigall" (Alban Berg) - 4:51
"Rimbaud Gedicht" (Eisler) - 3:15
"Polska of Despair (I)" (Brolin) - 6:55
"Serenity" (Charles Ives) - 5:20
"Tonus" - 6:13

Personnel
Bobo Stenson — piano
Anders Jormin — bass
Jon Christensen — dru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