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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Horace Silver의 스튜디오 앨범 “Song for my Father" (1964)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7. 10. 4.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00년도 러셀 크로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글래디에이터, 평소 이런 류를 별로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러셀 크로우 팬이었던 관계로 흠뻑 빠져 보았던 영화였다. 영화의 오프닝장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의 밀밭을 배경으로 찍었다는 한 신은 나 자신의 추억과 오버랩되어 잔영처럼 남아있는 아름다운 컷이다.

오늘이 추석이라고 하니, 어젯밤부터 이런 저런 기억에 쉽게 잠들 수 없었다. 특히 나의 영웅, 나의 애인이자 아버지에 대한 수많은 추억들이 연못 속 가을 마름 열매처럼 줄줄이. 서두에 언급했던 그 밀밭의 장면은 아마 내 아버지와 추억 중, 가장 서정적인 한 편의 영상이 떠오르게 한다.

위로 두 명의 아이를 사산한 끝에 태어난 장녀였으니, 기다리던 아들이 아니었어도 어렵게 얻은 여식에 대한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기억에 학교 들어가기 전, 아니면 직후였을 듯. 아버지의 고향은 익산 황등면, 황금벌판이 끝없이 펼쳐진 사잇길을 따라 멀리 바라다 보이는 산 밑 기와집 한 채를 향해 걷고 있었던 듯. 다리 아프다 칭얼대던 나를 업고 걸으시며 주절주절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던 아버지. 이야기의 내용을 듣는 둥, 마는 둥 따뜻했던 아버지의 등에서 느꼈던 안온함에 쏟아졌던 졸음. 그의 나이 50도 되기 전에 내 나이 30도 되기 전에 잃었지만 아직도 마음 속 아버지는 나의 애인!!!

일 년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여동생이,
"언니, 그거 알아? 언니를 보면 아빠가 생각나. 아빠 냄새가 난단 말이야."
ㅎㅎ. 왕수다 같은 나는 실제론 거의 말을 잃고 산다. 아마 그것이 나에게서 아버지의 냄새를 맡는 내 여동생의 가장 큰 원인이 되겠지만. 여동생의 기억 속 아버지가 내 안에 있다니, 어쩌면 살아내기 위해서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아직도 품고 있는 듯하다. 아마 소풍 끝나는 날까지 계속 되겠지만. 살아보니깐, 세상에 가족만큼 좋은 관계는 없는 듯.

참 서두가 길었다. 오늘의 앨범을 꺼내기 위해. 사실 이전에 재피에 포스팅했던 적이 있지만, 또 한 번. 특별한 날이니깐. 왠지 이런 날은 이러고 싶다.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 것을 글로 쓰면 왕수다, 뻔뻔쟁이. 정말 끝도 없다요. ㅋㅋㅋ

Horace Silver의 앨범 “Song for my Father" (1964)

이 앨범은 1964년 레이블 Blue Note에서 녹음 발매한 것으로 Horace Silver는 브라질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에게 음악적인 영감을 가장 많이 주었던 아버지 John Tavares Silva에게 헌정하는 의미에서 앨범의 커버 또한 아버지의 사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앨범 전체가 자신의 과거 가족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작곡했으며 특히나 여섯 번째 곡인 ‘Lonely Woman’ 은 남편을 잃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곡이며, 2번째 트랙 The Natives are Restless Tonight은 그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의 가족 사랑이 후대의 감상자에게 이렇게 위로를 줄 것이라고 그는 짐작이나 했을까?

Horace Silver의 스튜디오 앨범 “Song for my Father" (1964)

레이블: Blue Note - BST 84185
녹음일: 1963년 10월 31일, 1964년 1월 28일, 10월 26일
발매일: 1965년 1월 말엽
길이: 42:12 original LP/ 59:59 CD
스타일:Hard Bop/Soul Jazz
프로듀서: Alfred Lion

Track listin(괄호 안 표기된 것 이외는 모두 Horace Silver 작곡)
1."Song for My Father" – 7:17
2."The Natives Are Restless Tonight" – 6:09
3."Calcutta Cutie" – 8:31[9]
4."Que Pasa" – 7:47
5."The Kicker" (Joe Henderson) – 5:26
6."Lonely Woman" – 7:02
CD 재발행 시 보너스 트랙 추가
7."Sanctimonious Sam" (Musa Kaleem) – 3:52
8."Que Pasa (Trio Version)" – 5:38
9."Sighin' and Cryin'" – 5:27
10."Silver Treads Among My Soul" – 3:50

트랙 3, 6, 7, 8은 1963년 10월 31일에, 트랙 9-10은 1964년 1월 28일에, 트랙 1, 2, 4, 5은 10월 26일에 각각 녹음되었다.

Personnel
Tracks 1, 2, 4, 5
•Horace Silver – piano
•Carmell Jones – trumpet
•Joe Henderson – tenor saxophone
•Teddy Smith – bass
•Roger Humphries – drums
Tracks 3, 7, 9, 10
•Horace Silver – piano
•Blue Mitchell – trumpet
•Junior Cook – tenor saxophone
•Gene Taylor – bass
•Roy Brooks – drums
Tracks 6, 8
•Horace Silver – piano
•Gene Taylor – bass
•Roy Brooks – drums



트랙: Song For My Father
듣고만 있어도 저절로 어깨가 들먹여지며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며 발로 박자를 맞추게 되는. 드럼과 베이스와 피아노는 시종일관 마치 ‘펑키, 펑키’라고 하는 듯도 하고 보사노바풍의 리듬을 타는 트럼펫과 테너 색소폰은 마치 한 몸이라도 되는 듯 유쾌하기만하다. 라이브 동영상으로 링크하겠다.
헐, 저 물처럼 흐르는 실버의 땀.


자신의 어머니에게 헌정했던 Lonely Woman(오넷 콜맨의 곡과 혼동이 없으시길)
피아노 트리오로만 연주되는 곡은, 리듬 파트를 배경으로 실버의 타건이 이루는 분위기가 참으로 따뜻하다. 이런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는 그의 영혼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의 인생은 시리지 않았을 것 같다.




https://youtu.be/zHMFjL7J0zU




Horace Silver : Piano
Bill Hardman : Trumpet
Bennie Mauphin : Sax
Bill Cobham : Drums
John Williams : Bass




Horace Silver - Sighin' And Cry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