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떤 시절,
신촌 옥탑방에 살았던 적이 있답니다.
아주 아주 가난했지만,
어쩌면
젤 행복했을지도 모를 그 시절이
갑자기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네요.
조금 술 기운에 취해
잠들었다가,
쳇 베이커를 다시 듣는데.
그리고 빙긋 웃습니다.
그때 즐겨 들었던 노래가
바로 쳇의 이 노래였죠.
Chet Baker - blue room
We'll have a blue room
우린 푸른 색 방을 가지게 될 거예요.
A new room for two room
둘을 위한 새로운 방을
Where ev'ry day's a holiday
매일이 휴일 같은 방 말이에요.
Because you're married to me
왜냐면 당신과 나는 결혼했잖아요.
Not like a ballroom
비록 큰 저택과 같은 방은 아니지만
A small room, A hall room
아주 작은, 작은 방.
Where I can smoke my pipe away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
We will thrive on, keep alive on
우리가 나누는 사랑으로 인해,
계속 계속 가슴 뛰는 삶을 살 거예요.
바로 이 방에서 말이죠.
Just nothing but kisses
단지 키스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With Mister and Missus
당신과 나, 남자와 여자로 말이에요.
On little blue chairs
작은 푸른 의자들 위해서
You sew your trousseau
아마 당신은 때론 바느질을 하겠죠.
And Robinson Crusoe
Is not so far from worldly cares
로빈손 크루소가 멀리 있는 것은 아니죠.
As our blue room far away upstairs!
바로바로,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저 위,
바로 우리들의 작고 푸른 방.
(우리가 살고 있는 방은 이방의 세계에서 살았던 로빈손 크루소처럼,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우리들의 파란 방)
- 제가 쬐매 노랫말을 의역 한 거예요. ㅋㅋ
그리고 그 시절,
그의 읊조리는 듯한 blue room의 풍경을
제 공간으로 확대시켜
이런 꿈을 꾸었죠.
그대와 나의 사랑 때문에
우리의 작은 방은
늘 푸른 꿈을 꾸었죠
블루, 블루, 블루
그대의 무릎을 벤
내 뺨 위로
한 줄의 시를 읊고
한 소절의 노래를 부르는 그대의 호흡이
9월 저녁 바람처럼 스쳐가는
우리들의 아주 작고 푸른 방
창문으로 스며드는 저녁 어둠이
푸른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
블루 소파 위에서
나누는 우리의 입맞춤
그대와 나를 가슴 뛰게 하리
세상 모든 근심 걱정
담배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저
그대와 내가 그리는 소소한 일상에 취해
그런 사랑을 하리
그런 사랑만을 하리.
갑자기 새벽에 깨여,
오랜 비밀처럼 묶어둔
추억,
그리고
낡은 메모들.
참 아득합니다.
지금,
얼마나 멀리 와 버렸는지?
어느 한 때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서늘했는데,
흘러간 세월 탓일까요?
이젠,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윽한 향기를 맡습니다.
근데 그 뒤
한 참 뒤,
정말 제 방 하나를
푸른 색으로 전부 페인트 한 적이
있답니다.
근데, ㅎㅎㅎ
요건 보컬 버전
'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nrico Pieranunzi / Lee Konitz의 앨범 Solitudes (1988년) (0) | 2017.09.08 |
---|---|
Esbjörn Svensson Trio의 스튜디오 앨범 Winter in Venice(1997년) (0) | 2017.09.08 |
Chet Baker의 라이브 앨범 – Naima (Unusual Chet, Vol. 1) (1991년) (0) | 2017.09.07 |
Chet Baker / Enrico Pieranunzi의 앨범 The Heart of the Ballad(1988년) (0) | 2017.09.07 |
Dave Douglas의 스튜디오 앨범 Charms of the Night Sky(1998년) (0) | 2017.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