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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소설화

진달래 1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6. 29.

“자신을 대단치 않은 인간이라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맨 먼저 자신을 존경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아직 아무런 실적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인간으로서 존경하라. 자신을 존경하면 악한 일을 결코 행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이상에 차츰 다가 가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타인의 본보기가 되는 인간으로 완성해간다.” - 니체


   당신이 적어 준 몇 구절을 밤새 사전을 찾아보고 또 영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제가 완성한 문장이에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저에게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하던 당신의 표정을 잊을 수 없군요. 사실 그 당시에는 당신이 하려는 말의 의미를 전혀 모르고도 나는 당신의 표정하나만으로 이 말들이 당신의 인생에, 혹은 제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말들인지를 그냥 느낌으로 알았어요. '너 자신을 알라를 넘어서 너를 존경하고 본래의 네 자신이 되라는 속삭임을 들었어요. 결국 이 뜻을 간파하고 났을 때 이상한 희열이 찾아오더군요. 당신의 영혼, 비록 아주 작은 부분이겠지만 어쨌든 그 부분을 나누어가졌다는 기쁨이었던 것 같아요. 그 후 저는 그 니체라는 철학자의 책들을 구해서 읽고 있어요. 다소 버겁긴 했지만 조금 더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싶었던 제 마음이었어요.

  이제 당신은 너무 멀리 있어요.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 아니 당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런 것뿐이네요. 당신이 뭔가 저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그 모든 것들, 앙드레 지드와 알베르 까뮈와 니체, 보를레르와 랭보, 고흐와 고갱, 몇몇의 가수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것이에요. 그렇게 하는 것만이 제가 당신의 영혼의 어떤 부분과 계속 접촉을 하고 있다는 위안을 가지게 하는군요. 눈물이 나려고 하지만 이젠 그만 울겠어요. 눈물은 더 이상 저에게 무엇도 아니에요. 눈물은 그저 어떤 설움에 불과하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을 뿐이죠. 당신과 나 사이에 설움이라는 낯선 것을 끼어놓고 싶지는 않아요. 이쯤에 이르게 되니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리고 나 자신을 존경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깊은 사색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당신 안에 머무르기 위해. 당신의 촉감과 냄새와 웃음과 그 모든 것을 간직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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