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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소설화

군산 여자들 이야기 1탄 벚꽃에 잠깐 등장하는 달래입니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6. 27.

   더위가 물러가고 높하늬바람에 부대낀 물이랑들이 거품을 일으키며 해망동 선창에 부딪혀왔다. 그 즈음 느닷없이 정심이 해망동 말랭이 금수의 초막집을 찾아왔다.

   “이모님이시다. 인사 혀”

   초롱초롱한 계집아이의 큰 눈망울이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했다. 눈망울 한 중심에 염소 똥만 한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정심이 계집아이의 등을 떠밀었다.

   “말씀 많이 들었구먼유. 이모님, 지는 달래여요.”

   아이는 카랑카랑하고 야무지게 말했다. 금수가 아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니가 정심이 딸래민가?”

   아이가 빙긋이 웃었다. 금수가 아이를 끌어당기며 가슴에 안았다.

   “엄니 닮아 이렇게 이쁜겨?”

   금수가 정심을 쳐다보며 눈을 껌뻑거렸다.

   “다들 그렇게 말씀허셔요.”

   아이의 당돌한 말에 금수도 정심도 그저 웃었다.

   무당이 되어 돌아 온 정심은 금수의 옆집에 세를 들었다. 정심은 종종 굿을 하기 위해 집을 비웠다. 그런 밤이면 금수가 정심의 딸, 달래를 안고 잤다.

   “오빤 고등학생이어요?”

   호기심어린 눈을 반짝이며 달래가 물었다. 달래의 출현에도 종팔은 도무지 아는 체를 하지 않고 밥만 넘겼다.

   “오빠는 중학생인디.”

   금수가 달래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종팔의 눈치를 살폈다.

   “오빠는 벙어리여?”

   달래가 종팔 턱밑으로 바짝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종팔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달래를 노려보았다.

   “지가 참말로 이쁘지요? 뒷산 산신령님이 지를 낳으셨다고 헌디.”

   달래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새침하게 말했다. 종팔이 참았던 웃음을 뱉어냈다. 씹던 보리 밥알이 사방으로 튀었다. 튄 보리 밥알 몇 개가 뽀얀 달래의 볼에 붙었다.

   “곱게 주셔야지요.”

   달래가 밥풀을 떼어내며 눈을 흘겼다. 금수가 어깨를 들먹거리며 웃었다. 달래도 덩달아 키들거렸다. 종팔도 참을 수 없었던지 킥킥거렸다. 종팔은 벌개 진 얼굴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도망치 듯 방을 빠져나갔다.

   “오빠, 마저 잡숴야지. 먹던 밥 남기면 거지 된데야.”

   달래가 쪼르르 종팔을 뒤따르며 소리쳤다. 종팔은 대답도 없이 비탈길을 달려 내려갔다. ‘오빠, 오빠’라고 소리치는 달래의 목소리가 비탈길을 휘휘 돌며 긴 꼬리를 끌었다.

   “달래야, 고만혀. 와서 니나 밥 먹고 핵교가자.”

   한참을 웃어대던 금수가 눈가를 훔치며 달래를 불렀다.

   “이모님, 참말로 벙어리는 아니지요?”

   금수가 또 한 번 웃었다. 호기심어린 달래의 염소 똥만 한 눈망울이 떽떼구루루 굴렀다.

   “벙어리는 아니구먼.”

   “참말이지요?”

   달래가 다소 안심한 듯 되물었다.

   “그려. 근디 좀체 입을 열지 않는구먼. 달래 니가 오빠, 오빠 하면서 말 좀 붙여 봐라잉.”

   금수가 달래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웃음 끝을 흘렸다. 금수는 달래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달래야, 아빠는 뭐 하시는 양반이다던?”

   달래가 샐쭉한 표정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지도 몰라요.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고 허더만요.”

   금수가 깜짝 놀라며 달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모님도 우리 아버지를 못 보셨는가비요?”

   “그려. 그려. 못 봤는디. 참말로 그렸구먼.”

   금수가 달래의 등을 토닥거렸다.

   “꼭꼭 씹어 먹어라. 글구 핵교가면 대답도 잘혀고 애들하고 싸우지 말고.”

   금수가 달래의 밥숟가락에 밴댕이젓을 얹었다. 달래는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롱대는 달래의 입술에 눈을 떼지 못하며 금수가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이모님, 그러코롬 한 숨을 쉬시면 있는 복도 달아난다고 허더만요.”

   달래가 나무라는 표정으로 금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려, 그려. 내가 잘못혔다. 앞으론 니 앞에선 절대 안 그러마.”

   금수가 쩔쩔맸다.

   “그려유. 이모님. 그럼 지도 학교 다녀올팅게요.”

   달래가 고개를 깊숙이 숙이더니 다람쥐마냥 쏜살같이 비탈길을 내려갔다. 달래의 등 뒤에서 필통 속 물건들이 요란하게 털털거렸다. 한참동안 달래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금수가 심란한 표정으로 건너 편 바다에 눈길을 주었다. 붉게 물든 바다 위로 아침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져 있었다. 하늬바람을 인 통통배 몇 척이 붉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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