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잠들지 못하는 시간들이 늘어갑니다. 잠깐 눈을 붙였는데도 꿈자리는 성성하기만 합니다. 자다깨다를 반복해도 머릿속은 투명합니다. 날선 생각들이 온통 자기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부산을 떱니다. 가만 내버려두다가도 또 가끔씩은 나름의 열병식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것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보냅니다. 그러다보면 또 그것들은 어느 틈에 각자의 캐릭터대로 찧고 까불기도 합니다. 마치 이제 막 입학한 초등학교 교실 속 아이들 같기만 합니다. 한 그룹으로 보면 소란스럽고 귀찮기만 할 것 같지만 또 하나하나 마음을 기울여 들여다보면 어느 한 놈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본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보다보면 모든 것의 의미를 관통한다는 사실, 그런 후에라야 비로소 섬광은 반짝거립니다. 그 섬광은 일련의 꽃으로 탄생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꽃은 피어난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동인 순간입니다. 다만 시간과 공간의 불일치. 혹은 인연의 고리가 잘못 꿰어졌을 때, 그 꽃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꽃으로 피어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이 삼라만상 우주의 법칙속에 당신도 나도 그렇게 살 것임을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은 그저 순간의 일탈입니다. 면면한 삶의 궤도 안에 잠시 그렇게 마주 칠 수 있었다는 사실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그리고 참으로 고맙습니다.
모든 것의 소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