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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cafe <空> - 1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5. 10. 22.

  사방에서 폭죽이 터졌다. 우왕좌왕하던 무리들은 폭죽이 터진 하늘을 올려보며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은은히 풍겨오던 국화꽃 향기가 폭죽 냄새에 묻히고 사람들은 스스로의 탄성과 폭죽 냄새에 취해갔다. 슬그머니 일행을 벗어나 가까운 나의 옛집을 향해 걸었다. 한 참을 걷고 나니 떠나온 소리들은 아득해졌고 귀뚜라미 소리가 정다웠다. 사락거리는 풀잎과 그에 어린 물방울들이 신발 사이로 드러난 살갗을 부드럽게 간질였다. 상큼한 풀냄새의 향취가 온 몸을 파고들었다.

  옛집은 그대로였다. 누군가 아직도 살고 있는지 불빛이 새어나왔다. 무작정 마루에 올라앉으며 내가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았다. 뿌연 안개가 자욱했다. 30여년 만에 돌아온 것이었으므로 지난 30년을 헤아려보는 셈이다. 가슴에 흔적을 남기고 간 사건과 인물들이 번갈아 떠오르며 나름 시간의 얼개를 갖추어갔다. 아직도 통증으로 남아있는 것들을 건져 올려다본다. 감히 반복해 떠올릴 수 없을 것 같았던 아픔도 반추할 수 있다니, 세월이 약이구나 피식 웃어본다. 어쩌면 이제 사는 일에 그만큼 무심해진 까닭이리라. 행복했던 시간들 또한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얼키설키 엮어진 지난 회한들이 한 순간에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그만하면 됐지, 뭐."

  큰 한 숨을 내쉬며 생각의 갈피들을 닫는다.

  텔레비전 소리일까? 불빛에서 새어나오는 소리에 끌려 방문을 열어본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텔레비전도 켜 있지 않은데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작은 소리들이 연달아 들렸다.

"空은 空이라."

  목탁 소리와 함께 또렷한 말소리에 끌려 방안에 들어섰지만 방안에는 희미한 전등만 켜 있을 뿐 개미새끼 한 마리 눈에 띠질 않았다. 대신 문 밖에서 왁자지껄 사람소리가 들려왔다. 동행이었던 여인네들이 소란스럽게 내 뒤를 밟아온 듯했다. 내 옛집을 그녀들도 기억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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