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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봉선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5. 10. 19.

계절 탓인가?

늘 마음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쏠린다.

한가한 주말을 기대하며 무량사를 목표로 했는데,

왠걸 늦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하여도

어딘가로 떠나야한다, 떠나자.

핸들에 힘을 쥐며

하구둑을 건너고 서천으로 접어들때쯤

바퀴는 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저절로 굴러간다.

 

 

 

 

익숙한 길에 접어드니

가슴이 싸해온다.

이 길을 지나며 나눴던 정담들이 새로웠고

깔깔거리며 웃어제키던 시절이

아득하기만 하다.

 

어디에서 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수백번을 곱씹어 본 후에야

무심함으로 위장하지만

통증은 깊숙이 가라앉아 있을 뿐...

그렇게 다들 마음 속에 무거운 추들을 매달아 놓고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새긴다.

 

 

한결같이

새떼들의 군무는 여전한데

가뭄 탓인지

호수가 물풀로 가득차있다.

 

 

 

 

 

 

 

 

 

 

 

 

 

 

 

 

 

 

혼자서 그림자 놀이도 하며

두루두루

거쳐온 길은

매독 같은 가을이

짙어가고 있었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고(최승자/개 같은 가을이>

물었던 시인처럼

 

나는 어디까지 가야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떠도는 애인의 답신을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