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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과 주변 엿보기

아침 막간 여행 - 日常茶飯事 80 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3. 7. 4.

  이른 아침 출근길, 장마가 잠시 마실 간 그 틈에 눅눅하기는 하지만 서늘한 바람이 몸짓을 했다.

  "음~~ 날 따라와요. 날 따라와요."

  "아무래도 혼자라면 심심해, 기다려봐."

  바람의 채근에 못 이겨 전화를 했다.

  "잠시만, 두 시간만 나랑 함께 있어 줄래. 바람을 타고 서해안을 돌아보자."

  "네, 참, 네 참."

  혀를 끌끌 차대는 그녀의 심사가 짐작되어 가슴이 싸해 온다.

  "그려, 그렇게라도 해야하것제. 알"

  차를 돌려 그녀의 아파트 현관에서 그녀를 태우고 Go, go !!!
  하굿둑을 건너니 때 이른 여름 코스모스가 화사하다. 철없이 한들거리는 예쁜 것들이 애잔하기도 한 것은 어쩜 내가 보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랴, 사는 일이 늘 그렇지. 어디 네 맘대로 되는 일이 있겠어?"

  위로랍시고 건네는 말들이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가시네, 그런 것이 아니고, 그냥 답답해서. 어제 '행복한 밥집'이란 쪽글을 썼는데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더라. 정말 꿈꾸는 데로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서."

  "뭘, 떠나. 견뎌 좀."

  " 난 견디는 체질은 아니야. 견디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거지?"

  "늘 인생을 그렇게 피해 다닌다고 행복해질까?"

  "피하는 것도 때론 해결 방법이야. 비겁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내가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해."

  "그런다고 어떻게 잘 살 수 있을 거라 보장할 수 있어?"

  "뭐 보장은 못 하지만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나눌 말이 한없이 많겠지만, 뻥 뚫린 바다를 마주하니 어느덧 답답하던 가슴이 휴~우하고 큰 숨을 내뱉고 있었다. 이것으로 아침 막간 여행은 충분했다. 부랴부랴 현실로 돌아오는 길,

  "오늘 영업 안 하시나요?"

  " 아,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가고 있어요."

  다시 내 하루가 부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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