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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과 주변 엿보기

은파 / 7월 첫날의 아침 - 日常茶飯事 77 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3. 7. 1.

건강하시죠
별고 없으셨나요
오래간만이에요
여행이라도 하셨나요
보고 싶지 않으셨나요
반갑지요
당신이 와서 기쁘겠지요
놀다 가실 거죠
저를 느낄 준비가 되셨나요
제가 한결 예뻐지지 않았나요

 


오늘은 바람도 저를 만지네요
저도 함께 춤출 수 있어 좋아요
제가 두둥둥 떠다닐것만 같아요
마침 적당한 햇빛도 쏟아지고 있고요
온천지가 초록 냄새로 진동해요
당신이 걸어 온 아침

마치  모든 것이 함께 걸어온 느낌이에요

당신과 함께라서  더 없이 좋아요.

무엇인가 생명의 새로운  파동이 전해져요

 

 

당신의 실재가

모든 부재를 깨웠어요

 

 

 

  하루를 완전히 유폐시킨 다음 날은 세상을 향해 더 활짝 문을 열고 공기와 빛과 바람을 느끼고 싶어진다. 아마도 온전한 고독이란 함께 있을 수 있을 때 더 진해지는 것 같다. 그것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내버린 것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순간순간 늘 현실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것도 바로 내 옆에, 앞뒤에 그리고  내부에까지. 그리고 현실속에 공존한다는 느낌은 일종의 안도감마저 허락한다. 사는 게 그런 일이고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기꺼이 껴안고 즐기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에 설득당하려고 굳이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의 방법도 없다는 사실이 단순해서 좋은 아침이다.

 

  그늘을 따라 한 참을 걸었다. 물가에 운집되어 피어있는 개망초의 흰빛이 유난히 반짝거리고 이제 막 토실토실한 씨방을 맺기 시작한 붓꽃들의 겸허한 후진이 살갑기만 하다.  바람은 또 어떤가? 모든 생명 무생명까지도 살살 만지는 품새가  애틋해서 못 참겠다는 심보다. 햇빛은 또 그것들 위에 자신의 찬란함을 새겨 넣으려는 듯 막무가내로 쏟아붓고 있었고 그것에 화답하는 양 물결은 은빛수정체들을  하늘을 향해 수없이 발사한다.

 

  잠시의 침묵도 허락하지 않는다. 참새의 수다스러움을 필두로 온갖 것들이 내지르는 생명의 소리들…. 그 가운데 내가 있어 나는 짧은 편지로 그 순간의 환희를 전하고 싶었다. 나의 실재가 당신의 부재를 향해 걷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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