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벽소령 가는 길
물길, 바람길 따라 오롯이 피어있는 작은 노란 꽃송이들
산수유일까 생강나무일까?
향기없는 꽃 한송이론 이름을 부를 수 없어
작은줄기 꺽어 비벼보니
코끝에 어리는 생강냄세
오래된 나무등걸에 의지해
피어오른 이끼꽃송이들이 마음을 끄는 것은
혹독한 시절을 견뎌내며
생명의 본능으로 햇살과 물기를 기다리는 숨죽인 모습들...
"나 여기 있어요"
초록빛 꼿꼿한 이파리들이
삼월의 햇살을 향해
달콤 쌉쌀한 땅의 기운으로 지지개를 펴겠지
행여 바지런 먼저 나선 마실길에
네 몸 다치지 않고
벽소령 우렁찬 계곡물 소리를 주워담아
오롯이 네 생명을 보존하길 빌어보는 시간,
"아이쿠 날 잊지 마세요"
곧 피워 낼 향기를 위해
봄 햇살을 주어담는 손길이 바쁘기만 한
찔레이파리들이
무더기 무더기 벽소령 가는 길을
먼저 더듬고 있더라
꿈틀 꾸움틀
작은 싹을 티우기 위해
겨울땅을 헤집고 나선 내 노고를 잊지 말아 주세요
"꽃 한송이 피우기 위해
수없이 피흘렸던
내 상처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삼월 햇빛 오롯이 마주하며
헤벌쭉 웃고 있는 벽소령 나리님들
내 너희들과 만날 인연으로
먼길 굽이굽이 시간을 거슬러
이곳에 왔나 보다
이른 삼월 어느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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