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2009년 3월 16일 바람이 몹시 부는 송림해변에서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09. 10. 30.

뿌연 잿빛안개가 무겁게 내려 앉는다.

스산한 바닷가의 황량한 갯벌에 바람이 휘돈다.

차안은 내몰리는 바람조차도 풍경으로 건너온다.

그대 손의 열기가 흐를때

영혼마저 숨이 막힌다.

어색한 침묵에

가슴이 터질 듯

팽팽한 긴장감이  적막하다.

살금 땀이 베인 손목을 빼본다.

 

'있잖아요. 안개가 걷히는 저쪽 어딘가엔 멋진 세상이 기다릴 것 같지 않아요.'

"멋진 세상이라. 그건 어떤 세상일까? "

'맑은 햇살이 가득하고 눈 앞에 낮은 언덕들이 제 색깔을 드러내는 곳.'

'언덕고개를  10년도 넘은 짚차 한대가 헐-떡 거리며 집입하고...

 차속엔 틀림없이 밤잔치에 마실 소주며 맥주, 머루주, 복분자, 심지어 와인까지 가득차 있겠죠.

 대 여섯의 술꾼 친구들이 소리 소리지르며 스카프를 휘날리며  진입을 알리면

 머리속에 온갖 색깔의 안주들이 춤을 추는날이 있는 곳.'

"모닥불을 만들어야 겠네.

살짝만 취해 와인 잔을 손에 얹고 조르바 같은 춤을 추자."

'새벽녁 싸늘한 산기운이 잦아들 무렵 지친 나그네들은 하나 둘씩 누울 곳을 찾고.'

"마지막 남은 불길에 한대야 가득 물을 뿌리면 우리의 축제는 끝나겠지."

'그래도 찾아온 친구들인데 아침 해장국은 준비해 놔야 하지 않겠어요.'

" 원추리 된장국 정도면 되겠지."

가슴이 따뜻해 져온다.

'그런 하루가 내 미래였으면,'

" 그런 산속에서 뭘 먹고 살지? "

'와, 정말 현실적이다. 노령 연금 그것으로 충분.'

"노령연금, 고거 참. 너무 멀지 않나."

'미래는 언제나 기다림에 의미가 있다.'

 

잿빛 바다의 안개가 휘도는 바람으로 걷혀가며

멀리 희미한 섬들이 드러나고

일상이 이만큼 가까와진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초 오상순을 만났던 그 시절  (0) 2009.11.03
애인을 만나러 가요.  (0) 2009.11.01
[스크랩] i love you...  (0) 2009.10.26
단상 - 어떤 친구가 되고 싶은가 ?  (0) 2009.10.26
꽃잎네들 안녕하신가 ?  (0) 2009.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