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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74 - 사랑이라니, 선영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7. 31.

 

불볕 더위 속, 에어컨을 빵빵 틀어놓은 실내에서 뒹글  뒹글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는 기분이란?

휴가철이라 그런지 하루 종일 축복으로 여길 한가함을 맘껏 누리고 있다.

근래에 빠지고 있는 김연수, 그의 2003년 산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가볍게 산책했다. 근래 없이 은파호수공원, 혹은 월명산 자락을 산책하듯 그렇게 말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울렁거리는 철없는 청춘, 도대체 오십 평생 사랑 한 번 못해볼 만큼 나는 정신지체아인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나, 어쩜 평생 동안 사랑이라는 감정과 실천을 도대체 경험할 수 있을까? 나는?

 

겪을 수 없었던  경험이었기에 그것이 열망이 되고 그 열망이 진해질수록 좌절감이 클 수 밖에 없는 나, 도대체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사랑이란 어떤 것들일까? 아직도 호기심만 충만하다.

 

아마도 오랫동안 나의 숙제로 남아있을 사랑을 위해 나는 오늘도 타인들의 사랑방식을 탐닉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간접경험으로나마 내 사랑에 대한 갈증을 달랠 수 밖에 없나  보다, 지금은

 

, 이제 김연수 식 사랑방정식을  들어보자.

 

이 책의 주인공들인 선영과 진우와 광수가 처음으로 사랑을 배우던 1989년의 키워드는 애국이라는 단어였다. 그건 자신의 조국을 사랑한다는 집단적인 고백이었다. 집단적으로 사랑해, 조국아.’라고 외칠 때, 그건 다시 한 번 자신들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는 뜻이다. 자신들을 먼저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자신들을 먼저 사랑해야만 진실로 연애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사랑의 출발점은 김연수 식으로 말한다면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으로 부터의 출발이란다. 그 다음으로 상대방인 누구인지를 아는 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사랑의 경로라고 설명한다. 상대방에 대한 구체적인 호기심이 충족되고 나면 추상적인 호기심이 시작되고 다음으로 육체적인 호기심에 이르러 서로를 향한 자신의 존재를 활짝 열어 젖히는 것이라고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상태의 경로가 종국엔 깊은 사랑의 귀착점이 아니라 깊은 착각에 가깝다나 어쨌다나?

 

  You never know’를 의미한다는 사실 사랑이 입을 열면,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다. 사랑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 너무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 즉 너무 알려고 하지 말아야만 한다. 너무 사랑한다는 말은 상대방의 정체성마저 요구하는 일이다. 그건 무방비 도시의 어둠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다. 현대적인 사랑의 방식이란 우리가 절대로 알지 못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일이다. 즉 누구도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걸 모르면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갈 수는 없다. 누구도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김연수 식의 사랑 방정식을  정리하다 보니 결국은 나 자신을 알기 시작함으로써 상대방을 알게 되는 것이 사랑의 경로이지만 절대로 YOU NEVER  KNOW의 진실을 명심하자 그런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언젠가 나도 내식의 사랑방정식에 입각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심이 든다.  경험을 통한 서술을 기대하며

 

 

 

 

 

 

출판사가 제공한 책소개.

 

패러디의 사랑학 개론

김연수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탐구하고 실험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어떤 하나의 경향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주제와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데뷔작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에서 『7번 국도』를 거쳐 “인문학적 상상력의 전범”을 보여준다고 격찬받은 『꾿빠이, 이상』에 이르기까지, 그는 문단의 주류를 이루는 사소설적 경향과는 멀찍이 떨어진 채 소설의 장르 관습에 대한 반성적 실험들을 시도해왔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소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적이고 ‘문체’가 승한 작가의 장기가 한층 농익은 모습으로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그가 흔들고 비틀고 눙치는 현란한 이야기 솜씨로 풀어낸 지적인 ‘사랑론’이다. 이 짧은 소설 하나를 쓰기 위해서 작가는 사랑에 관한 수많은 책을 두루 섭렵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독서와 사색의 공력은 작품 전체에 밀도 있는 사유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품의 기본 구조는 선영이라는 여자를 꼭지점으로 한 대학 동기 광수와 진우의 삼각관계다. 광수는 한때 진우의 애인이었던 선영과 결혼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혼 후 선영과 진우의 관계에 대한 질투와 의구심은 더욱 깊어만 간다. 진우는 결혼한 선영을 잊지 못해 그녀의 주위를 맴돌지만, 선영은 옛사랑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광수에 대한 사랑을 재차 다짐한다.
이렇듯 비교적 단순한 기본 골격에 김연수 소설 특유의 양감과 질감을 부여하는 것은 에세이와 대중문화 기호들이다. 에세이가 주제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집중적인 공략을 허용한다면, 적절히 차용된 대중문화 기호들은 작품에 경쾌한 패러디의 맛을 더한다.
일찍이 밀란 쿤데라나 알랭 드 보통이 성공적으로 보여준 바 있는 ‘소설적인 에세이의 기법’은 이 작품에서도 효과적으로 구사되고 있다. 가령 광수의 진우에 대한, 진우의 광수에 대한 교차되는 질투를 설명함에 있어 작가는 단지 스토리 텔링에 그치지 않는다. 그 상황에 직접 개입하여 해설을 시도하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바쳐 사랑한다고 해도 우리가 모르는 부분은 영영 남게 된다. ‘너는 절대로 알지 못한다’를 영어로 작문하라면 ‘You never know’가 될 것이다. 하지만 대화에서 관용적으로 쓰일 때, 이 문장은 ’어쩌면‘ 혹은 ’아마도‘를 뜻한다. 질투란 상대방에 대해 모든 걸 알게 됐다고 생각한 게 착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러니까 ’어쩌면‘이나 ’아마도‘라는 부사로 시작되는 문장이 하나 둘 마음속에서 떠오를 때, 부록처럼 따라오는 감정이다.

이러한 방식은 보조적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라인을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작품 전면에 부각되어 있다. 쿤데라의 말을 빌자면, 스토리에 에세이가 삽입된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삶의 단편들이 하나의 예, 분석되어야 할 상황으로 에세이 속에 삽입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방식은 인물들의(또는 작가의) 자유로운 사변 전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즉 작가가 의도한 ‘사랑학’에 독자들이 직격으로 몰입해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광수의 낭만적 사랑론에 대해 진우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들먹이며 울리히 백과 벡-게른샤임 부부의 논리로 반박하는가 하면, 광수의 ‘쫀쫀한’ 강박사고를 프로이트의 『일상생활의 정신병리』에 맞춰 해석하기도 한다. 주인공 광수는 ‘낭만적 사랑’, 즉 상대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모든 것을 갖는 게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우는 그와 반대로 냉정하고 속물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사랑에 관한 한 그에게 가장 적합한 말은 소설의 제목에도 있듯 “사랑이라니!”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사람의 사고 역시 실은 별 차이가 없음이 후반부에 드러난다. 소설 전반에는 진우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광수를 비아냥거리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선영의 뿌리침에 좌절하여 자신 역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소리치게 된다. 이렇듯 사랑이란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여기에 양념처럼 뿌려져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것은 곳곳에 등장하는 대중문화 기호들이다. 술 취한 진우는 친구 광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옛 애인 선영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다음 “선영아, 사랑해”(한때 유행했던 인터넷 여성 포털사이트의 광고카피) 하고 고백한다. 그녀가 같이 자자고 애원하는 손길을 뿌리치자 진우가 허탈감에 젖어 묻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대사) 마지막 선영의 대답은?

“아, 미치고 환장하겠네. 누렁소나 황소나. 좋아하는 게 사랑하는 거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
“야, 꿩 다르고 닭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냐?
“그러면 좋다, 선영아. 결혼은 닭하고 하고 나하고는 연애하자. 그럼 되잖아, 어때?
“너도 소설가라고 결혼이 미친 짓인 줄 아니?

이만교의 소설 및 엄정화 주연의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렇게 김연수는 대중문화의 기호들을 소설 속에 도입하여 경쾌하게 비틂으로써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그것은 주로 대중문화를 통해 전파되고 감염되는 이 시대의 사랑법 또는 사랑론에 대한 유쾌한 풍자이기도 하다.
결국 작가가 정의하는 ‘사랑’이란 “‘사랑가’를 부르며 바지 지퍼를 내리거나 브래지어 호크를 푸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일”이다. 현학적이면서도 따뜻한 웃음과 해학으로 가득 찬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통해 또 하나의 사랑학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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