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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완벽함의 불편함 - 잃어버린 조각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3. 3.

"귀퉁이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 온전치 못한 동그라미가 있었다. 동그라미는 너무 슬퍼서 잃어버린 조각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여행을 하며 동그라미는 노래를 불렀다. '나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지요. 잃어버린 내 조각 어디 있나요?' 때로는 눈에 묻히고 때로는 비를 맞고 햇볕에 그을리며 이리저리 헤맸다. 그런데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빨리 구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힘겹게, 천천히 구르다가 멈춰 서서 벌레와 대화도 나누고, 길가에 핀 꽃 냄새도 맡았다. 어떤 때는 딱정벌레와 함께 구르기도 하고, 나비가 머리 위에 내려앉기도 했다.

 

 

 오랜 여행 끝에 드디어 몸에 꼭 맞는 조각을 만났다. 이제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어 이전보다 몇 배 더 빠르고 쉽게 구를 수 있었다. 그런데 떼굴떼굴 정신없이 구르다 보니 벌레와 이야기하기 위해 멈출 수가 없었다. 꽃 냄새도 맡을 수 없었고, 휙휙 지나가는 동그라미 위로 나비가 앉을 수도 없었다.

 

 

'내 잃어버린 힉, 조각을 힉, 찾았지요, 힉!'

노래를 부르려고 했지만 너무 빨리 구르다 보니 숨이 차서 부를 수가 없었다.

 

 

 한동안 가다가 동그라미는 구르기를 멈추고, 찾았던 조각을 살짝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몸으로 천천히 굴러 가며 노래했다.

 

 

'내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지요...'

나비 한 마리가 동그라미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를 쓴 Shel Silverstein의 ‘잃어버린 조각(My Missing Piece)이라는 동화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동화였지만 새삼 다시 읽으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동화는 ‘완벽함의 불편함’을 전하고 있다고 하는데 너무 잘나고 특별해서 우리처럼 그저 그런 사람들로부터 분리되어, 혹은 스스로 소외되어 사는 것도 생각만큼 멋진 일은 아닐 것 같은 이상한 위안이 들게 만드는 동화이다.

 

가끔씩 TV를 보면서 MC 유재석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그를 사람들은 국민 MC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물론 그는 똑똑하고 재치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내뿜는 약간은 모자라는 순수함을 발견하기 때문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많이 있다. 배삼룡이나 심형래 혹은 그 밖의 개그맨들이 보여주는 억지스런 바보의 모습이 아니라 유재석 그 자체 속에 내재된 순수한 모자람을 사람들은 더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가 정말 많이 모자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사람들 앞에 서있는 그에게서 그가 보여주는 완벽하지 않은 특별함으로부터 각자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고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가끔씩 부족한 나, 못난 나에 대한 열등감이 있어 스스로 상처를 많이 받지만 어쩔 땐, 이 부족함이나 못난 나가 좋을 때도 있다. 왜냐면 내가 부족하고 모자람이 많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에게 서슴없이 다가오기도 하고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 사물에게는 마음이 가지 않는다. 물론 많이 부러울 때도 있기는 있다. 그래서 가끔씩은 질투의 불꽃을 일으켜 내 스스로 미움의 화신이 되기도 한다. 마음속으로 말이다. 약간 모자란 것에 나도 모르게 끌리는 이치는 아마 그것들에게서 내 연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참 다행 인 것은 나는 나의 부족함 모자람을 열등감으로만 채우지 않고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또 다른 전략을 세우며 그것들에게서 내 일상의 기쁨을 발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럭 저럭 내 모자람으로 생긴 내 마음의 공간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햇빛이 비춰 울기도하고 웃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는 내 모습, 그러다가 나비도 만나고 꽃도 피우고, 새가되어 자유롭게 날기도 하는 그러다보니 한참이나 이런 저런것에 해찰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어쩜 모자라서 부족해서 더 많은 좋은 것들을 경험하고 누군가의 모자람도  예쁘게 보아 주고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었음 하고 바라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내 모자람, 불편함이 없는 부족함에 조금쯤은 위안을 주고 싶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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