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우두커니 정적 속에 앉아 있으려니 온갖 회환들이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며칠 전 한 카페에 올려진 인도소녀의 사진을 보자마자 서둘러 전화기의 폴더를 닫아야만 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소녀처럼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었다. 기억의 파편들속에는 여전히 예리한 날이 되어 하시라도 찌를 준비가 되어있는 것들이 있음을 알기에 얼마나 조마조마하며 살아왔던가?
*
"언니, 우린 어쩜 영원히, 아마도 죽을 때까지 어른이 되지 못할거야."
자조의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회피했던 P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거렸다.
"너뿐이 아니잖니?"
나는 P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위로랍시고 뱉어냈던 내 목소리의 습도에 놀라 나도 모르게 어색한 동작이 튀어나온 셈이다. 허리를 감싼 손을 끌어 당기는 P의 손도 따뜻했다.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을 잃어도 쓰일까? (0) | 2016.03.07 |
---|---|
서천 판교 오성초에서 (0) | 2015.11.16 |
cafe <空> - 2 (0) | 2015.11.09 |
[스크랩] 신청하세요! 지리산행복학교 체험수업 & 파티 `공감` (0) | 2015.11.01 |
cafe <空> - 1 (0) | 2015.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