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몹시도 휘몰아치는 눈 바람 소린지, 그냥 바람소리인지에 깨어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척입니다. 또 한해의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왔고 이렇게 가고 있구나, 내 인생의 한 지점들이 이렇게 흘러가는 구나, 영원한 현재만 있을 뿐인 시간이랬는데...
창밖의 바람만큼 늘 가슴속엔 오만가지 생각으로 휘둘립니다.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만남과 이별,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 그와 나, 너와 나 등등...
내 생활의 모토중의 하나가 단순하게 살기, 단순하게 생각하기 인데 사실 무지막지하게 복잡합니다, 복잡의 바다에서 매 순간마다 허우적 거리는 나를 발견합니다. 크게 헤엄의 고수도 아닌데 그렇게 허우적거리다 보면 어느 땐가는 수면 가득히 올라와 햇살이 보일 듯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자꾸 심연속으로 더 가라앉아 칠흑과 같은 어둠을 대면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단순하게 살기, 단순하게 생각하기가 모토라지만 어쩔 수 없는 성격이라서 내가 혹 이런 상태를 즐기는 것은 아닐까 혼자서 피식 웃어보기도 합니다.
생각의 바다를 헤엄칠 때는 행복과 불행, 따뜻함과 서늘함, 만남과 이별, 사랑과 미움의 색깔들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때론 상황에 따라 완전 역전 도치되어 있는 순간도 맞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지 맘데로 똑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는 색깔에 따라 밝기와 사실이 다르다는 것을 오늘도 깨닫습니다.
참으로 한적한 크리스마스 이브의 下五였습니다. 쉰하고도 둘을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이런 날들은 누구와 함께 따뜻한 자리에 있고 싶어합니다. 이리저리 전화번호를 뒤적입니다. 몇 통의 안부 인사를 때리고 또 몇 통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습니다. 그런데 한 쪽 가슴은 자꾸 휑하니 바람이 찹니다. 이런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늘 같은 날이야, 늘 다른 날은 같은 날이야. 의미를 두려하지 말자." 이게 뭔 사춘기 소녀도 아니공...
배가 고프면 영혼까지 허전합니다. 서둘러 냉장고속 할인 대 행사에서 낙첨된 호주산 갈비살 몇 첨을 꺼냅니다, 그래도 이브의 점심인데 생각이 미치지 싸구려 와인이라도 한 잔, 은근슬쩍 酒님도 초대 합니다.
알딸딸한 기분에 취해 듣는 Chet의 목소리는 왜이렇게 그의 인생만큼 쓸쓸한지... 얼른 캐롤 송으로 바꿔보지만 그것 또한 시끄럽기만 합니다. 그냥 소리없이 마음 깃에 기대며 또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왔고 잠시 내 마음깃에 머물다 흔적만 남기고 또 갔습니다.
"하루해는 어둠의 혼란된 시각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하루해의 모양은 길지 않다. 화살이나, 길이나, 인간의 경주처럼 어떤 목적을 향해가는 긴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태양이나 세계나 하나님의 모양처럼, 영원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가진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문명은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향하여, 어떤 머나먼 목적을 향하여 가고 있다고 설득시키고자 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유일한 목적은 사는 것이며, 삶은 우리가 매일같이 항상 하고 잇는 일이며, 하루의 매 시각 우리가 살기만 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목적을 다 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모든 문명된 사람들은 새벽에, 혹은 그보다 좀더 늑게 혹은 그보다 훨씬 늦게, 요컨대 드들이 일을 시작하는 정해진 시각에, 하루가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하루가 그들이 '하 종일'이라고 부르는 작업시간에 걸쳐 있으며 그들이 눈꺼풀을 잠그는 시각에 끝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바로 그들이 날들은 길다고 말한다.
아니다, 날들은 둥글다.
우리는 그 어떤 목적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바로 모든 것을 향해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언제든 느낄 태세를 갖추고 있는 오관과 살을 가지는 그 순간에 모든 목적은 달성되었다. 날들은 과일과 같다. 우리들의 역할을 그 과일들을 먹는 일이다. 우리들 본성에 따라 부드럽게든 탐욕스럽게든 그 과일들을 먹는 일이다. 그 과일이 담고 잇는 모든 것을 섭취하여 우리의 정신적인 살을, 우리의 영혼을 만드는 일, 즉 사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그 밖의 어떤 목적도 없다."
불문학자 김화영교수의 '행복의 충격'속에 나오는 장 지오노의 글 입니다.
내 한적하다 못해 무료했던 크리스 마스의 下五를 장식한...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내 쓸쓸할 크리스마스의 밤을 달래줄 그녀들이 선물처럼 등장했습니다. 맞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나의 마음을 선물로 기뻐하고 그녀들의 마음이 나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습니다. 아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님은 올해만은 나의 착했던 한 해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어하셨나 봅니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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