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렸을 적엔
마을마다 큰 우물이 있었고 또 어떤집 마당엔 작은 우물들이 있었다.
장마가 오거나 혹은 무슨 연유인지
우물물이 더러워졌을 때
우물대청소를 시행한다.
온 동네사람들이 우시두시모여 바닦까지 우물물을 싹싹 퍼올린다음
간단한 돼지머리와 막걸리를 동반한 제사같은 것을 지내고
깨끗한 물이 가득차 오를 때까지 우물을 덮어 놨던 기억,
다음날 덮었던 우물뚜껑을 열었을 때
그때의 흥분, 환희
어린 새가슴에도
깨끗하게 가득 차올라왔던
우물물에 머리를 쳐밖고 냄세를 맡거나
혹은
우물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했던 기억이
지금도 가끔씩 싸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깨끗한 우물물에 가득찬 기운
뭔지 알듯 모를듯
그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신선했던 우물물에 비쳐진 내 모습
마치 내 영혼같은 것이 다시 맑아진 느낌,
그런 느낌을 가지고 싶었다.
뭔지 내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건져올려 퍼내고 퍼내
종내는 바닦에 남아있던 찌꺼기마저 걷어내고
다시 신선하고 새로운 깨끗한 물로
나 자신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
가볍게 시작했던
K의 이야기를 쓰면서 내 스스로 그녀의 세계에 갇히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야기에 집착되고 있는 내 자신을
다시 현실의 세계로 불러들이고 싶었다.
하루하루 밥팔아서 대출금을 갚아야하고
그런 다음 캠핑카 하나정도 살 수 있어야한다는
현실적인 꿈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행...
가게를 시작한지 2여년 만에 처음으로
쪽지 한장 문앞에 붙여놓고
그렇게 떠나갔다가 돌아왔다.
단 몇시간의 짧은 여행에 왠 긴 사설은...
근데 많이 많이 설레이더라.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한 여행이다.
광주를 거쳐
동반할 미미님, 하울님, 해교님을 맞이하러 갔는데
군산에서 광주까지 얼추 2시간 30분 정도 예상해서 일찍 출발했건만
광주 서부역엔 6시쯤 도착했다.
ㅠㅠ 한시간을 차속에서 기다렸다가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하울님은 군산여행했을때 만났었고
그뒤로 카톡메세지를 주고 받았기 때문에 친숙해졌고,
해교님은 첨 만남이었지만 낯설지 않았고, ㅎㅎ 미미님은 꼭 언니같다.
자, 증도를 향해...
ㅋㅋ 칠갑산여행이 갑자기 증도 여행으로 둔갑한 현실을
깔깔거리며 주고 받다가 무안을 거쳐
지도읍 다리목에서 이런 그림들을 만났다.
난 사람들이건, 동물들이건 이렇게 모여있는 그림들을 보면
괜실히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래서 컷을 누르게된다. 저절로...
햇살이 가득한 바다
그 바다 한가운데 그 햇살아래 서있고 싶다.
한껏 햇빛바래기를 하며
나를 따스하게 데우고 싶다.
햇빛이 가득한 날,
그런 컷을 많이 찍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짱뚱어 다리 앞에 차를 세워놓고 우린 걷고 또 걸었다.
우리 배고플까봐 베낭가득 먹을거리를 메고온 미미님
짱뚱어다리위에서 끓여먹었던 라면 맛,
바로 사람사는 맛, 오랫동안 잊지 못할거외다.
미미님, 하울님, 혜교님의 뒷모습들...
우리나라 슬로우시티 지정 1호의 증도를 가능케한것이
바로 이 서해 염전이라고 한다.
염전을 따라서 이리저리 진흙길을 서성이다 우연히 만난 풍경들
몇해전 꽃피는 봄에 친구들과 함께 했던 임자도가 바로 옆에 있는 섬이란다.
그때의 추억이 아직 성성한데...
K로 부터 잠시 떠나있기 위해
난 이 여행을 왔는데
바닷길, 해송 숲길을 걷는 내내
여지없이 쉼없이 K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더라.
아마 K와 이별을 할 때까지
나는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걸 같은 불길한 예감...
빨리 이별을 해야겠다는 마음...
뭐든지 집착에 빠지게 되면
언제나 훠우적 내는 나...
하루를 접고 또다른 에너지를 충전케해준
해교님, 하울님, 그리고 미미님
동반해준 그 고마운 마음 잊지 않을 께요.
그리고 훈풍도는 다가올 남해에서의 비박에 대한 설레임으로
나를 이끌고 있는 미미님...
오늘 아침 뒷좌석에 덩그마니 남아있는 매실액기스 한병...
더욱더 고맙습니다.
나도 누군가와 헤어질때
따뜻한 무엇인가를 남겨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고 싶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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