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페이스를 잃고 머리가 하얀 채로 몇 주일을 보낸다.
붕붕 떠다니는 생각들의 꼬리를 붙잡으려 몽유병자처럼 사방으로 손을 뻗어 휘저어보지만 잡힐 듯 말 듯 여전히 빈손이다.
공숙희,
그녀의 흔적을 찾아가보기로 한다.
인연의 쏠림으로 시작된 고종팔을 뒤로하고 여린 가슴을 쥐어뜯으며 수없는 눈물을 흘렸을 법한 21살의 그녀,
그녀가 감당해야했던 삶의 무게,
그 무게에 짓눌린 그녀의 종착역,
시쳇말로 한물간 곳,
오래된 간판들과 좁은 골목들이 쓸쓸하기만 하다.
공숙희의 주검이 놓였던 곳은 어디 메 쯤 이었을까?
공숙희의 죽음으로 인해 불같이 일어났던 동료들이 걸었을 법한 길을 달리며
최대한으로 그녀들의 소리들을 내 안으로 끌어들인다.
한계에 부딪힌 상상들이 부메랑처럼 반사되어 온다.
한 숨을 쉰다.
그저 이야기일 뿐인데 가슴이 답답한 것은 내 삶을 투사하는 까닭일까?
시간의 갈피들은 접힌 채로 쌓여가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했던가?
어둠이 배경이 되었을 때
해는 더 찬란할까?
그렇게 공숙희의 흔적을 찾아 그녀가 자랐을 법한,
그녀의 딸이 10살쯤까지 지냈을 법한 그곳을 찾았다.
새만금 개발로 흔적만 남은 포구, 하제.
흐릿한 구름 뒤로 숨바꼭질하는 뿌연 해,
배경으로 부는 바람,
저만치 물러난 바다가 풍기는 냄새에 끌려가다 만난 풍경들...
갯내음은 아직도 성성하고 폐선들이 붙드는 시선엔 쓸쓸함만 가득하다.
갯벌이었을 법한 빈 땅엔 보랏빛 꽃들과 갈대들이 아우성 댄다.
그녀를 사각의 프레임 속으로 끌어들인다.
43살 공숙희의 딸,
자신의 할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 법한 공은하를 만난다.
그녀는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과 풍경과 바람이 이루어낸 매혹들...
그 매혹에 이끌려 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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