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날은 빨래를 하자
무명 광목 펄펄 날리는 이불 빨래라도 하자 그려
고것은 단지 이불을 빠는 것이 아니라
사는 시름 땡볕에 말려
마음 끈 동여멜 알부민을 맞는 것이리라
볕 좋은 날은 그리움도 펄펄 말려보자
고것은 단지 그리움을 말리는 것이 아니라
시린 그리움 땡볕을 쬐면
행여 가신 님 한 번쯤 되돌아볼까 미련을 가져보는 것이리라
볕 좋은 날은 욕정도 훨훨 말려보자
고것은 단지 욕정을 볕에 쬐이는 것이 아니라
펄펄 끓어 넘치는 욕정을 볕에 두면
넘치는 욕정에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리라
볕 좋은 날은
몸도 마음도 뽀드득 뽀드득 땡볕에 말려
가는 정 오는 정 담아내며
플러스 마이너스 고냥고냥 똔똔되게
포진 볕에 포지게 앉아
한 숨도 두 숨도 쉬지 말고
무심한듯 그렇게 나를 말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