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군산 말도 여행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5. 2. 09:41

 

 

 

 

 

4어느 날의 기억

 

어떤 섬은 말을 걸지 않는다.

말도, 그 이름처럼

묵묵히 바다 끝에 서 있었다.

하얀 등대 하나, 푸른 지붕을 얹고

조용히 수평선을 바라보는 자리.

그 맞은편엔 붉은 등대가 서 있다.

마주 보며 긴 시간을 견디는 두 존재.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방파제를 따라 걷는 길,

갈매기도 잠시 쉬어가는 그곳에

나도 천천히, 나의 속도를 되찾았다.

절벽 위 한 그루 소나무.

돌 틈을 꿰고 버틴 그 나무처럼,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굳세게 버틴 시간을 품고 산다.

그리고 밤.

우리 일행은 섬의 작은 방 안에서

술잔을 돌리고, 노래를 부르고,

웃고, 떠들고,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마음을

살며시 기댔다.

파도는 여전히 멀리서 속삭이고,

등대는 아무 말 없이 불을 밝힌다.

그날 밤,

섬은 조금 말이 많았다.

우리가 남긴 노래와 웃음, 그리고 고요한 다짐 하나.

이 기억을 오래오래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