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권력의 의지』와 사랑의 철학

니체의 『권력의 의지』와 사랑의 철학
새벽, 누군가가 내 머릿속을 노크해 들어오고 있었다. 잠은 달아나고, 나는 또 그 노크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웃픈 현실과 마주한다. 그 노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내가 만든 소설 속 인물들이었다. 중간고사는 다가오고, 외워야 할 시험 예상 요약본들이 책상 위에 쌓여만 가는데, 나는 그들—니체, 코야, 나타샤, 부루, 나미—의 손길에 이끌려 또다시 사유의 바다로 빠져든다.
나는 오래전에 『니체』라는 제목의 판타지 소설을 썼다. 총 250매 분량의 이 이야기는 열 살 소년 니체, 그를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친구 코야, 그리고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할아버지가 함께 떠나는 시간과 공간의 여행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이 여정은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다. 이야기는 정체성과 타자성, 고통과 사랑, 기억과 화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탐색하는 우화적 성장 서사이며, 동시에 존재의 근원을 되묻는 철학적 여정이다.
나는 이번 학기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이 소설을 다시 고쳐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하나의 질문과 마주했다. "도대체 존재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랑은 어떻게 권력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지 이야기 속 니체의 것이 아니라, 지금껏 내가 붙들어온 철학적 사유의 축이기도 했다.
나는 철학자 니체가 말한 『권력의 의지(Wille zur Macht)』 개념을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개념을 단순히 지배의 의지, 강자가 약자를 누르는 생존 경쟁의 논리로 해석하지만, 나는 그 개념의 심층에 숨겨진 어떤 근본적인 생동성과 창조성을 본다. 니체가 말한 권력의 의지는 타인을 굴복시키는 욕망이 아니라, 자기 초월(self-transcendence)의 힘, 존재를 강화하고 재창조하려는 생명의 충동, 기존 도덕과 가치체계를 전복하고 새로운 기준으로 재평가하려는 존재의 근원적 동력이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그 권력은 결국, 사랑이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감정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연약하고 따뜻한 감정이 아니라, 고통조차도 삶의 강화로 전화시키는 역동적 에너지다. 니체가 말한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운명을 사랑하라"는 태도처럼, 사랑은 고통을 수용하는 방식이며, 자기 존재의 결핍과 상처를 수동적으로 견디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긍정하며 다시 창조하는 힘이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권력의 의지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내가 쓴 소설 『니체』는 그런 철학적 개념을 우화적 구조 속에 녹여내려는 시도였다. 주인공 니체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열 살 소년이다. 그는 언제나 가슴이 뜨겁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기 위해 세계를 떠돈다. 곁에 있는 존재는 곱사등의 흰 당나귀 코야. 그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상처 입은 존재의 표상이자, 타자의 고통을 감지하고 견디는 존재이다. 코야는 니체를 사랑하며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윤리이며, 존재론적 충성이다.
이들이 떠나는 여정은 단지 지리적 이동이 아니라, 세계의 고통을 통과하는 여정이다. 체르노빌의 유령 도시 프리피야티에서 만난 나타샤, 알비노 공동체의 부루, 시리아 피난민촌의 나미—그들 모두는 상처 입은 타자들이자, 타자성과 사랑의 윤리를 구현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말하지 않거나, 손가락이 없거나, 언어가 느리다. 그러나 그 침묵과 결핍 속에서 전달되는 사랑은 지배가 아니라 연결이다. 그 연결은 권력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다시 니체의 권력 의지 개념을 되묻는다. 그것은 “남을 이기고 올라서는 힘”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초월하여 타자와 연결되는 사랑의 에너지다. 나는 그 에너지를 내 소설 속 인물들의 고통과 여정, 침묵과 손길, 기억과 고백 속에서 구현해 보고자 했다.
『권력의 의지』는 니체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철학적 유산이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 개념을 이어 쓰고 싶다. 존재는 언제나 고통을 동반하지만, 그 고통을 껴안는 사랑만이 존재를 강화시킨다. 권력은 파괴가 아니라 창조이며, 지배가 아니라 연대다. 그리고 그 연대는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를 흔들고 밀어올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힘일 것이다.
나는 지금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다. 외워야 할 시험 예상 요약본들이 책상 위에 가득하고, 시간은 모자란다. 하지만 그런 틈에도 자꾸만 내 이야기가, 내 사유가, 나를 다시 잡아끈다. 새벽, 누군가가 내 머릿속을 노크해 들어오고 있었다. 잠은 달아나고, 나는 또 그 노크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웃픈 현실과 마주한다. 그 노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내가 만든 소설 속 인물들이었다. 니체, 코야, 나타샤, 부루, 나미—그들 각자의 표정과 숨결이 문틈으로 스며들며 나를 깨운다. 이렇듯 나는 창작자로서 수많은 생각들의 파편 속을 항해하고 있다. 어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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