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블랑쇼의 작가와 글쓰기
[100-75] 4기 김은 <모리스 블랑쇼의 작가와 글쓰기>
[원 문장]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중 모리스 블랑쇼의 중성과 글쓰기, 역동적 파노라마 (김성하 지음)
“블랑쇼는 작품이 사전에 잘 준비된 하나의 내적인 계획 그 자체라고 한다면, 작가는 작품을 글과 단어로 옮기지 않아도 이미 작가 자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즉 작품을 통해 찾고자 하는 답을 자신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글을 쓰지 않아도 되며 따라서 글을 쓰겠다는 욕망도 없다는 것이지요. 결국 작가는 글을 쓰지 않으며, 따라서 그는 작가가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 내면에 이미 완성되어 있는 작품이 바깥에 그대로 투사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 내면에 있는 그 무언가가 작품으로 실현되는 것이 라고 가정한다면, 다시 말해 시공간을 통하여 작가 내면의 그 무언가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단어들이며, 작품의 가치, 진리, 현실성이 그 단어들에 의해서만 나타난다면, 바로 그 시점에서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작가 내면의 그 무엇인가가 이렇게 단어들에 의해 다시 드러나는 시점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것은 마치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지요.”
나의 문장)
이 문장은 블랑쇼의 작가론과 창작 과정에 대한 철학적 관점을 설명한 내용으로, 작가와 작품의 관계를 깊이 사유한 결과를 담고 있다.
블랑쇼에 따르면, 만약 작가가 작품을 내면적으로 이미 완벽하게 알고 있고, 그것이 단순히 외부로 옮겨지는 과정이라면, 글쓰기는 불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작가가 내면에 "완벽한 소설"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단순히 적어내는 일은 작가에게 더 이상 창조적인 행위가 아니고 이런 경우, 글을 쓸 욕망조차 없게 되며, 작가는 글을 쓰지 않는 "비-작가"라는 것, 작가의 작품은 내면의 완성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내면에 있는 어떤 "무언가"는 모호하고, 아직 형태를 가지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데 그것이 작품으로 실현되려면, 작가는 단어라는 수단을 통해 이를 드러내야만 한다. 이것은 내면의 "그 무엇"은 단어들에 의해 구체화되고, 가치, 진리, 현실성을 획득하는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작품은 단순히 작가가 알고 있는 것을 반복하거나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와 시공간을 통해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글쓰기란 내면의 "그 무엇"을 드러내기 위한 과정이지만, 작가 자신도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되는, 이는 마치 "무(無)의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아서 즉, 작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글을 쓰기 시작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면의 그 무엇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듯 블랑쇼는 글쓰기를 작가가 이미 알고 있는 답을 단순히 옮기는 작업으로 보지 않았고 오히려 글쓰기는 내면의 미완성된 무엇인가를 단어를 통해 현실화하는 과정으로 이 과정은 작가 자신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서 출발하며, 무(無)에서 시작하는 창조적이고 탐구적인 행위로 이루어므로 작가는 글을 쓰면서 비로소 자신 내면의 진정한 작품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진정한 작가의 글쓰기라는 것을 강조한다.
블랑쇼는 자신의 글쓰기론을 설명하면서 여러 작가들을 언급하며 그들의 창작 과정과 철학을 분석한다.
특히, 그가 언급한 작가들은 대부분 문학과 철학 사이에서 깊은 사유를 보여준 인물들이고 우선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년~1924년)의 창작 과정을 이상적인 예로 자주 언급한다. 카프카는 글쓰기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세계를 탐구했으며, 그의 작업은 미완성과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블랑쇼의 관점으로 카프카의 글쓰기는 답을 미리 알고 쓰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그 자체가 질문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카프카의 작품은 완벽한 형태로 내면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형성되고 새롭게 드러낸다는 언급을 하며 카프카의 『변신』이나 『심판』 같은 작품은 불안과 혼돈 속에서 시작된 질문들이 글쓰기 과정의 구체화된 사례를 든다.
다음으로 스테판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 1842년~1898년)를 언급하는데 블랑쇼는 말라르메의 단어와 언어의 자기 참조적 성격에 대해 말하며, 말라르메의 시는 단어 자체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며, 글쓰기를 통한 창조적 과정을 잘 보여준다. 즉 블랑쇼의 관점으로 말라르메의 작품은 단순히 표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언어 그 자체가 창조와 실현의 주체이고 바로 글쓰기는 무(無)에서 시작하며, 언어를 통해 내면의 모호한 감각을 드러내는 작업의 좋은 예라고 주장하며 말라르메의 시 “주사위 던지기(Le Coup de Dés)”는 언어와 형식이 결합하여 의미를 새롭게 창조하는 사례로 든다.
또한 블랑쇼는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년~1922년)의 블랑쇼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기억과 시간이 글쓰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한다. 블랑쇼의 관점으로 프루스트의 글쓰기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단어를 통해 새롭게 구성되고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블랑쇼의 "무의 상태에서 시작하여 단어를 통해 내면을 드러낸다"는 글쓰기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즉 프루스트는 기억의 단편을 단어로 형상화하면서 내면의 무언가를 구체화하는 글쓰기 과정을 보여주는 예로 설명한다.
더불어 블랑쇼는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년~1980년)의 글쓰기와 철학적 관점을 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적 글쓰기는 인간의 선택과 자유를 강조하지만, 블랑쇼는 사르트르의 과도한 목적 지향성을 비판하며 자신의 글쓰기론을 전개하기도 한다. 블랑쇼의 관점으로는 글쓰기가 단순히 목표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글쓰기 자체가 하나의 존재론적 행위라고 보는데 사르트르가 글쓰기를 통해 인간의 주체성을 드러내려 했다면, 블랑쇼는 글쓰기의 과정 속에서 무(無)와 불확실성을 탐구했다는 점에서의 변별성을 드러냈으며,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년~1989년)는 블랑쇼의 글쓰기론과 철학적 관점이 잘 드러나는 작가 중 하나로 그의 글쓰기는 의미의 부재, 무의 상태에서 출발하며, 언어의 한계를 탐구하는 작가라고 주장한다. 즉 블랑쇼의 관점으로 베케트의 작품은 글쓰기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출발하여, 존재와 무의 경계를 탐구하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이는 블랑쇼의 "무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글쓰기" 개념과 일치하며, 바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같은 작품은 언어와 행위의 불확실성을 탐구하며, 글쓰기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듯 블랑쇼는 카프카, 말라르메, 프루스트, 사르트르, 베케트 등 여러 작가들의 글쓰기와 창작 과정을 자신의 철학적 글쓰기론에 통합하며, 이를 통해 "글쓰기는 내면의 미지의 무엇인가를 단어를 통해 드러내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작가들의 사례는 블랑쇼의 글쓰기론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참조점이 되었을 것이다.
블랑쇼의 글쓰기론을 탐구하며, 나는 그가 사유와 글쓰기를 분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블랑쇼에게 사유란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조차 의식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한 글쓰기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기록하는 행위로 보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과정으로 간주했다. 이를 통해 글쓰기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이나 감정을 탐구하고 발견하는 행위라는 점을 떠올렸다. 일상적인 일기나 창의적인 글쓰기를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내면을 점검하고 탐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늘 "무엇을 써야 할까?"라는 고민 앞에서 머뭇거렸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정해진 계획이나 아이디어 없이 빈칸에서 시작하라는 블랑쇼의 격려에 깊이 공감했다. 계획과 예상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표현과 아이디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글쓰기가 자아를 해방시키고 더 넓은 세계와 연결하는 행위로 확장된다는 것, 글쓰기를 통해 존재론적 맥락에서 나를 이해하고, 자아의 경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 특히, 글쓰기의 시작 전에 침묵 속에서 머무는 시간이 때로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통찰과 이해를 제공한다는 점을 의식하게 되었다.
결국,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신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 과정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이는 더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하나의 방식임을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하루도 나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 이제 또 한 학기를 마치며 방학 동안에 쓸 글에 대한 기대심으로 충만되는 이 시간, 블랑쇼의 글쓰기론은 나에게 ‘호우시절'(好雨時節)의 은총으로 다가왔다. 마치 봄철에 내리는 단비처럼, 가장 필요한 순간에 찾아온 이 깨달음은 내 일상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제부터는 블랑쇼의 글쓰기론을 통해 내면의 깊은 생각과 감정을 탐구하며, 더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그리고 앞으로의 방학 동안에도, 블랑쇼의 철학이 내 글쓰기에 영감을 주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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